“한국 사회에서도 성장 지상주의, 박정희식 개발주의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하며 사람들을 세뇌해왔다. 성장 지상주의, 박정희식 개발주의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한국 사회를 후진적, 편향적으로 만들고 보수화시키고 있다.”
🔵 박정희식 개발주의에 대한 평가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을 거 같다.
“파쇼 경제가 초기에는 고성장한다. 문제는 오래 못 간다는 점이다. 필연적으로 주저앉는다. 왜냐하면 민주주의가 없어서다. 명령과 강제에 의한 동원체제다. 그렇게 하면 양적 성장은 성공하지만, 질적 성장이 되지 않아 한계에 부딪힌다. 박정희식 고성장은 그게 한계다. 박정희가 오래 살았더라도 경제를 살리지 못했을 것이다.”
🔵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 자문을 했다. 가장 아쉬운 것 하나를 꼽는다면?
“참여 정부 인수위 때 한 기자로부터 ‘혹시 청와대에 들어가게 되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세 가지로 답했다. 노사 문제, 입시 지옥, 부동산 투기를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그 뒤로 정말 청와대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중에 종부세 도입은 거의 전적으로 나의 작품이라 해도 좋다. 그 뒤에 많이 사람들이 종부세를 후퇴시키고 왜곡시킨 것이 아쉽다. 부동산은 시장의 신뢰 게임이다. 그런데 신뢰가 흔들리니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 교수님께서 보시는 한국의 불평등 수준은 어떤가?
“소득 불평등 지표 자체는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노동의 몫이 국제 비교를 해봐도 굉장히 낮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는 별로 없는 정규직 대 비정규직 차별이 매우 크다. 아주 심각한 고질병을 앓고 있다. 세계 최악이다. 인간을 차별하는 거는 미국의 남북 전쟁 이전의 흑백 문제하고 비슷하다. 그 정도로 심각하고 전근대적,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운 수준이다."
🔵 불평등이 한국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은 뭔가?
“불평등이 심하니까 서민들은 호주머니가 텅텅 비고 부자들은 돈이 남아도는데, 그 돈을 부동산이나 이런 데에 잠가놨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거다. 경기침체와 저성장, 양극화가 동행하는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성장, 분배, 고용이 모두 나쁘다. 이걸 살리는 방법에서 결국 분배의 개선이 1번 타자이다. 2번 타자가 성장이고, 3번 타자인 고용은 맨 끝에 따라올 거라는 게 내 가설이다.”
🔵 윤석열 정부의 불평등 정책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답안지에 적어낸 게 없어서 채점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학자 중심으로 토론하는 것 같긴 한데, 그 부분이 아직 미지수인 것 빼고는 평가할 것이 없다. 연금개혁을 해내면 하나의 업적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