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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계부채 위기는 왜 터질 듯 터지지 않나?
🔵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7%로 스위스, 호주,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전세보증금을 가계부채에 포함시키면 156.8%로 높아져 압도적인 세계 1위이다.
🔵 자산시장에 거품이 생기는 경우 위기를 거치면서 해소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제의 순환이다. 그런데 한국 경제는 독특하게도 위기를 장기간 거치지 않은 채 구조적 문제를 키워왔고, 오늘날 가계부채 악화 및 금융불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부는 부채 주도의 부동산시장 부양 정책을 자주 쓰곤 했다. 집을 사는 사람에게 대출을 쉽게 해줘서 건설경기를 진작하는 것이 경기부양 효과가 크고 빠르기 때문이다.
🔵 문제는 부채를 통한 부동산 투자, 부동산 가격의 상승, 그리고 부동산 불패의 믿음으로 연결된 순환구조가 영원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비관적 전망의 순환구조로 바뀌면서 부동산시장이 붕괴되는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있다.
이와 달리 정부가 앞으로도 부동산시장 위기 때마다 개입하는 경우 경제의 구조적인 장기침체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 이 두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질서있는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필요하다. 금융불균형 확대에 낮은 금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우선 통화 정책은 되도록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공조도 중요하다.
부를 세습하듯 학벌도 세습되는 사회에 진입했다는 진단은 너른 지지를 받는다. 그런데 최성수 교수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결이 상당히 다르다. 그의 연구는 교육 불평등을 둘러싼 우리의 고정관념을 깬다.
🔵 "우리나라는 공부를 얼마나 잘 시키냐로 보면 굉장히 뛰어난 국가다. 불평등 측면에서도 좋은 편이다. 부모의 학력과 같은 가족 배경에 따른 성취도 편차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 "진짜 문제는 학생들이 불행하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민주시민으로서 소양을 잘 가르치고 있나? 아니면 노동시장에 준비된 상태로 나갈 수 있게 해주나?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많다. 줄 세우기 곧 서열, 다음 단계를 향한 경쟁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
🔵 "어떻게 보면 불평등한 시스템은 경쟁을 완화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들은 일찌감치 교육의 트랙(경로)을 나눠놔서 경쟁이 덜하다. 반면에 불평등은 더 고착화할 수 있는 경로다. 우리나라는 불평등이 고착화할 수 있는 경로가 계속 뒤로 미뤄지면서 불평등은 완화하지만 무한경쟁의 굴레에 갇히게 된다.”
🔵 "교육 불평등 문제가 중요하지만 그 부분으로 모든 걸 환원시켜서는 안 된다. 최근 더 주목하는 건 사회의 다양성 약화다. 비슷한 사회경제적 지위나 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밀려나는 ‘분리’ 현상이 심해졌다. 주거 분리와 학교 분리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결국 학생들의 사회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 "과도한 사교육은 불평등을 완화하는 부분도 있다. ‘과도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다른 사회(나라)에서는 사교육을 받지 않을 중하위권(계층) 학생들도 다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교육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계층은 상위권보다 중하위권 학생들이다."
🔵 수치가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두 얼굴은 매우 모순적이다. 전례 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지만 세계 최고의 가계부채에 시달리고, 연간 1만 3천 명 이상이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이런 야누스적인 대한민국의 두 얼굴을 설명해줄 단어는 하나뿐이다. 바로 ‘양극화’다.
🔵 초저출산은 격차에 따른 결과적 현상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대책이랍시고 아무리 세계에서 제일 긴 남성 육아휴직 기간을 내놓아도 실제 사용률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합계출산율 0.72는 바로 청년들이 삶에서 느끼는 공포지수인 셈이다. 이런 불안과 공포의 뿌리에는 극단적인 이윤 추구의 경제체제가 있다.
🔵 청년층의 자살 증가와 초저출산은 언뜻 다른 현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나가 자기 삶을 끊는 것이라면, 다른 하나는 다음 삶을 끊는 것이라는 점에서 둘의 뿌리는 같다.
🔵 정부가 저출산을 해결하겠다고 아무리 대책을 마련해도 이처럼 갈수록 벌어지는 격차사회를 줄이지 못한다면 조만간 청년들은 자신들의 결심이 얼마나 합리적인 생존방편인지 합계출산율 0.6, 0.5, 0.4로 답해줄 것이다. 이것이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