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대선 초반부터 기본적으로 경제 및 ‘법과 질서’, 이 두 가지의 담론이 시대정신의 핵심을 구성한다고 주장해왔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실제 복잡한 현실이 어떻든간에 유권자의 인식에서는 줄곧 경제 무능과 무질서 세력이었다.
2. 구조적 조건뿐 아니라 캠페인도 중요하다
캠페인이란 변수를 뺀 구조적 환경은 어디까지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여줄 뿐 최종 결과를 미리 결정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극단적 자기파괴 본능을 최대한 통제한 수지 와일스의 안정적 캠페인이 다국적 군대가 짧은 시간에 결합한 해리스의 무능한 캠페인을 누른 선거이다.
3. 학위 ‘분단’(균열)이 완성되었다
이제 미국 민주당은 1930년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뉴딜 이래 노동자 계급의 운동 정당이 아니다. 민주당은 이제 여피와 지식인 계급의 정당 브랜드로만 규정된다.
4. 미국 판 이준석 현상이 도래했다
민주당이 선의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협소한 정체성 정치를 전개해서 당의 외연을 축소하고 포퓰리즘의 반격을 유발했다. 실제로 오늘날 이 정체성 정치를 주도하는 진보주의자들조차도 올바른 정치적 발언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불안해하는 현상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5. ‘신냉전 자유주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나는 바이든과 해리스를 신냉전 자유주의자로 규정한 바 있다. 그들은 러시아, 중국 등 비자유주의 국가에 대한 과거의 온정주의 노선을 접고 단호한 디리스킹(De-risking, 위험완화화)을 선택했다.
6. 트럼프의 당선은 하이브리드 통치 시대를 의미한다
앤드루 아라토 교수가 분석한 포퓰리즘 정권 중 하이브리드 유형에 나는 주목한다. 주로 행정부 등을 동원해 권위주의 통치를 수행하면서 아직 남은 민주주의적 잔재와 결합한 하이브리드를 의미한다.
7. 트럼프의 국내외 통치는 진화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성공적으로 통치하기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트럼프와 주변 세력 특유의 카오스와 과거 지향의 DNA이다. 다른 하나는 트럼프와 주변 인사들의 엇갈린 특징들이다.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 사이에 4년 내내 부단한 엇갈림이 존재할 것이다.
8. MAGA 운동의 계승자는 ‘트럼피즘 라이트’이다
트럼프 당선에 미국 민주당이 유일하게 위안을 찾을 빛은 향후 MAGA 운동의 계승자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나는 그나마 부통령 J. D. 밴스에 주목한다. 이번 선거 일등 공신이자 페이팔 마피아인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그리고 틸의 수제자 밴스에 더 주목할 생각이다.
9. 민주당의 대전환은 고통스럽게 오래 걸릴 것이다
이제 혼돈의 대전환기에 접어든 미국에 안정적 정치질서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과연 민주당이 향후 최소 8년을 만들어갈 새로운 가치와 담론, 유권자 연합, 그리고 새 후보군과 메시지를 형성해갈 수 있느냐이다. 앞으로 당분간 미국 민주당의 비틀거림이 예상된다.
📌 할리우드 영화의 달콤한 결론과 달리 현실에서는 반대로 배트맨(바이든)과 원더우먼(해리스)은 무력하고 조커(트럼프)는 강력하다. 과연 미국의 리버럴과 온건 보수주의자, 그리고 좌파들이 이 어두운 시절, 새로운 미국의 아침을 열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