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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 대안담론 공론장 <소셜 코리아>를 찾아주거나 함께 해주신 독자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올해도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직시하고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열린 공론장으로,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인류 역사상 첫 '조만장자'가 예고되는 부유한 세상이지만, 한국의 빈곤층은 여전히 제도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정부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언한 지 8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독소조항이 남아있고, 복지 기준선인 기준중위소득마저 현실 물가보다 낮다고 지적합니다. 정부는 발굴 시스템 강화를 외치지만, 정작 발굴된 대상자 중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비율은 84%(2015년)에 달해 그 실효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2025년 3월 강남구 반지하에서 사망한 A씨의 비극은 현 제도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시스템은 그를 위기가구로 포착했고 본인도 직접 도움을 요청했지만, 관할 구청은 예산이 소진됐다며 두 번이나 그를 돌려보냈습니다. 실제로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 서울 시내 다수 자치구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긴급복지 신청을 받지 않거나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위기가구를 몰라서 못 돕는 게 아니라, 예산이 없어 지원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증명합니다.
조만장자가 등장하는 시대에 가난한 이들은 예산 부족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김윤영 활동가는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일자리의 확대, 정당한 조세, 사회보장제도의 강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롭고 참신한 방안이 아니라, 기존 제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정치적 의지와 재정 확보다.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결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인간의 권리’에 대한 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 (본문에서)
크리스마스 당일, 영국은 도시 전체가 멈춥니다. 반면 한국은 명절에도 24시간 돌아갑니다. 조현재 데이터 분석가는 이 차이가 단순한 문화가 아닌, 한국이 영국보다 연간 300시간 이상 더 일하는 노동 환경과 공통의 휴식에 대한 감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영국에는 구성원들이 같은 시간에 쉬어야 비로소 제대로 쉴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90년대 일요일 영업을 두고 치열한 논쟁 끝에 타협을 택했습니다. 1994년 제정된 '일요일 거래법'은 대형 매장의 영업을 일요일 10시~18시 사이 6시간으로 제한했습니다. 완전한 금지나 무제한 허용 대신, 적어도 저녁이 있는 삶은 침범하지 말자는 시간의 규칙을 세운 결과입니다.
한국 역시 새벽배송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합니다. 조현재 데이터 분석가는 이미 편리함에 익숙해진 현실에서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영국처럼 우리 사회에 맞는 시간의 규칙을 합의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공동체가 함께 비워야 할 시간과 노동하기 위험한 시간에 대해 사회적 비용을 매기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벽배송과 대형마트 휴무를 둘러싼 논쟁이 허용 대 금지, 사용자 편의 대 노동자 건강을 넘어 우리 사회가 누군가의 시간을 어떤 비용으로 운영할지에 대해 보다 깊이 논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본문에서)
여의도 공사장 사망 사고는 뉴스가 되지만, 지방의 산재 사고는 부고 한 줄 없이 잊혀집니다. 이러한 '서울 중심주의'는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마저 왜곡시킵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민주당 정부에선 집값이 오르고, 보수 정부에선 안정된다는 통념이 수도권에만 통하는 얘기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때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때 지방은 제자리였고, 이명박 정부 때 가격이 미세하게 하락할 때 지방은 오히려 급등했습니다. 문제는 언론과 정부가 오직 수도권만 쳐다본다는 점입니다.
지금 상황도 심상치 않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연율 9.2%로 폭등 조짐을 보이지만, 지방은 하락세입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이때 필요한 건 획일적 규제가 아닌 '차등화된 정책', 그중에서도 종부세(종합부동산세)의 역할이라고 강조합니다.
"지방 사람들은 자체 재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세수 감소라는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서울 아파트 보유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종부세도 낮추고 상속세도 낮추기를 바라야 할까?"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