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극우 정당이 주류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고, 남미·아시아 등 비서구권으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원로 사회학자인 신광영 명예교수는 극우주의는 세 가지 층위에서 작동한다고 분석합니다. 사람들의 의식 속 권위주의 성향(복종, 배타성), 극우 단체의 조직적 활동, 그리고 정당 정치로의 진입입니다. 최근 유럽은 특히 세 번째 층위, 즉 극우 정당의 약진이 눈에 띄죠. 이들은 민족주의와 반이민 정서를 내세워 불만을 결집시키며, 이민 문제를 정치적 무기로 삼았습니다. 신 명예교수는 일반 시민들의 이민 태도는 점점 더 개방적으로 변했는데, 극우는 ‘부정적 소수’를 강력하게 조직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한국의 극우는 유럽과 또 다릅니다. 민족주의 대신 친미·친일 정서, 젠더 갈등 속 남성피해 담론, 종교 세력의 정치 개입, 그리고 유튜브 등 미디어의 영향력이 결합된 독특한 구성입니다. 실제로 외국인 혐오나 성차별, 선거 불신을 모두 가진 사람은 10명 중 1명 정도로 극우가 주류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정치권과 미디어가 이런 담론을 키운다면, 극우화는 금세 가속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그 위험이 더 크다고 신 명예교수는 강조합니다.
“극우로 분류할 수 있는 유권자 집단은 한국에서는 이제 막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단계에 있다. 군사정권과 보수적인 정치 풍토에서 좌파 정당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보수 우위의 정치 지형이 오래 지속되어 왔지만, 극우적인 의식과 태도를 갖는 사람들의 비중은 그다지 우려스러운 정도는 아닌 셈이다. 우려되는 점은 앞으로 정당과 극우 단체 활동에 따라서 우익이 극우로도 변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