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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는 국정 3대 원칙 중 하나로 ‘실용과 성과’를 내세우며 이른바 ‘이재명표 실용행정’을 선언했습니다. 이는 무조건 반대만 하는 극단적 대결 정치, 즉 ‘비토크라시(Vetocracy)’에 갇힌 현실에서 민생을 챙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은재호 정치·행정학자는 정치가 멈췄을 때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유능함이야말로 실용행정이 가진 첫 번째 가능성이라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동시에 엄중한 경고를 보냅니다. 효율만 쫓는 실용행정이 자칫 과거 ‘발전국가’ 시절의 기술관료주의로 회귀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일부 관료들이 보여준 모습처럼, 민주적 절차를 거추장스러운 ‘잡음’으로 여기고 ‘결단’만을 숭배하는 행정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행정이 정치를 대신하려 할 때, 국민은 국정의 주체에서 통제 대상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진정한 실용행정의 성공은 ‘소통의 혁신’에 달려 있습니다. 정책이 결정된 후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단계부터 시민이 참여하는 ‘시점의 변화’, 정쟁 대신 데이터로 말하는 ‘언어의 변화’, 그리고 관료가 지시자가 아닌 조정자(퍼실리테이터)가 되는 ‘관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법제화될 때 비로소 행정이 망가진 정치를 구원할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제언합니다.
“행정은 정치를 구원할 수 있어도 대체할 순 없다. 행정의 전문성이 정치적 합의를 뒷받침하는 토대가 아니라 정치를 대신하려 할 때, 12.3 계엄 같은 희극적 비극이 잉태된다.” (본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라영재 건국대 교수는 현재 331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및 임원 인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며, 이것이 단순한 행정 체증이 아닌 인사 원칙의 혼선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낙마 사태는 ‘통합’과 ‘도덕성’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새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민주주의의 대원칙입니다. 필자는 지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결국 제도의 결함보다는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에서 비롯되었음을 상기시킵니다. 정부의 인사는 단순히 승리한 진영의 전리품을 나눠주는 과정이 아닙니다.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붕괴된 사회적 신뢰를 복원할 수 있는 유일한 핵심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331개 공공기관 인사는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주의’와 ‘국민주권’의 진정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입니다. 라 교수는 진영 논리에 갇힌 코드 인사가 아닌, 전문성과 공공성을 갖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실용’이라는 구호를 현실로 증명하고, 시민이 다시 국가를 믿게 만드는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적재적소의 인사는 단지 행정의 효율성만이 아니라, 국가가 다시 성장하고 시민이 다시 국가를 신뢰하는 조건을 만드는 정치의 출발점이다.” (본문에서)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렸지만, 정작 대통령의 입에서 '기본사회'라는 단어가 사라졌습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민주주의와 대외관계를 복원하고 주가 5,000을 달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음에도, 지난 대선의 핵심 공약이었던 기본사회가 국정 운영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1월 9일 발표된 경제성장전략과 역대 최장시간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 어디에서도 주거·돌봄·기본소득을 포괄하는 담대한 복지국가 구상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경제 전략이 대기업·제조업·수출 중심이라는 과거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윤 교수는 코스피 5,000의 과실이 금융자산을 가진 소수에게만 돌아가고 있음을 우려합니다. 전체 투자자의 90% 이상이 1억 원 미만의 소액 투자자인 현실에서, 자산 불평등 심화는 피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윤 교수는 최근 불법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이참에 싹 쓸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위험한 속삭임을 여러차례 들었다고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독재와 파시즘은 삶의 위기에 대응하지 못한 민주 정부의 실패를 먹고 자라났습니다. 국민이 개혁의 긴 시간을 인내해 주기를 바란다면, 당장 국가가 나서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줘야하는 이유입니다.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국민은 대통령께서 추진하시는 개혁을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가슴에 품고 계신 담대한 복지국가, 기본사회에 대한 비전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국민에게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