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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가족의 노후가 차가운 병원 침대가 아닌 살던 동네에서 존엄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오는 3월 말, 노인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됩니다. 하지만 전용호 인천대 교수는 훌륭한 법적 ‘하드웨어’가 마련됐음에도, 정작 이를 현장에서 작동시킬 세부 지침과 지자체의 준비 역량이라는 ‘소프트웨어’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인천, 경북 등 일부 지자체는 소극적 행정으로 준비 평가 최하위권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전용호 교수는 제도의 성공을 가로막는 핵심 원인으로 ‘돌봄 인프라 부족’과 고질적인 ‘칸막이 행정’을 꼬집습니다. 당장 현장에서는 요양보호사 등 필수 인력을 구하지 못해 돌봄 공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환자들이 원치 않게 요양병원으로 밀려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여기에 복지부서와 보건소 간의 소통 단절, 민간 제공자와의 정보 공유 시스템 부재, 지역 주민 참여가 배제된 관 주도의 탁상행정이 맞물리며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돌봄 공백을 단순히 시장 논리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안을 실행해야 할 때입니다. 중앙정부는 선언적인 구호에서 벗어나 현장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정교한 매뉴얼을 배포하고, 기존 병원 중심의 낡은 규제들을 과감히 정비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단체장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부처 간의 벽을 허물고 공공성이 담보된 돌봄 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중앙의 지원과 지방의 실행력이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돌봄통합지원법은 국민의 삶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다.” (본문에서)
한국에서는 수억 원의 빚을 내서라도 기필코 ‘내 집’을 사야 안심하지만, 독일에서는 의사나 변호사도 평생 월세살이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한미순 독일사회복지연구소 대표는 그 이유를 철저히 보장된 ‘세입자의 주거권’에서 찾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기로 한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근절 정책에 강한 지지를 보냅니다. 기득권은 시장이 얼어붙는다고 반발하지만, 주택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세력에게 더 이상 틈을 주지 않는 것만이 진정한 주거 안정으로 가는 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청년들이 무리한 빚을 내어 ‘영끌’에 나서는 근본적인 이유는 전세 사기와 2년마다 반복되는 퇴거의 공포 때문입니다. 반면 독일은 임대차 계약을 인간의 생존권 문제로 접근합니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는 한 세입자는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고, ‘미트슈피겔(임대료 거울)’이라는 기준표가 있어 터무니없는 임대료 인상도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독일 정부는 주택 부족 위기 속에서도 규제 완화가 아닌 세입자를 보호하는 ‘임대료 제동 장치’를 2029년까지 연장하며 주거권 보호라는 사회적 합의를 증명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독일에서 배워야 할 것은 건물이라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삶을 지키는 강력한 법적 보호 장치입니다. 저자는 보수 진영이 주거 안정 정책을 포퓰리즘이라 공격하지만, 오히려 쫓겨날 공포가 사라질 때 국가 경제가 더 건강해진다고 반박합니다. 집이 돈을 불리는 투기 상품이 아니라 누구나 발 뻗고 자는 공공재가 될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과 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독일 사회가 증명하듯, 주거가 안정이 되면 사람들은 불로소득인 부동산 투기에 매달리지 않고, 대신 창의적인 노동과 혁신에 집중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경제 활성화로 가는 길이다." (본문에서)
1년 중 364일은 전기가 남아도는데, 단 몇 시간의 피크타임을 버티기 위해 수조 원짜리 원전을 짓는 비효율적인 나라가 있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의 전력 시장이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의 기본 원리조차 작동하지 않는 ‘비효율의 극치’라고 꼬집습니다. 봄과 가을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너무 많아 억지로 전기를 끊는 ‘출력 제어’ 사태가 속출하는데, 정작 여름과 겨울의 짧은 수요 폭증을 막겠다며 원전 수십 기 분량의 발전기를 대기시키고 막대한 유지비를 쏟아붓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습니다.
이 거대한 낭비의 근본적인 원인은 철저히 묶여 있는 ‘전기 요금’에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상식이 전력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력 자급률이 7%대인 서울과 전기가 남아도는 지방의 요금이 똑같다 보니, 전기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들은 굳이 지방으로 내려갈 이유가 없습니다. 가격 신호가 망가진 탓에 수요 분산은 이루어지지 않고, 정부는 수도권으로 전기를 실어 나르기 위해 또다시 막대한 세금을 들여 송전탑을 세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결국 유일한 해법은 시간과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유동가격제)’의 도입입니다. 요금이 유연해지면 사람들은 전기가 쌀 때 충전하고 비쌀 때 덜 쓰게 되며, 흩어진 에너지를 모아 사고파는 가상발전소(VPP)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2024년 관련 특별법을 시행했고 세계적인 수준의 예측 및 제어 기술(ICT)도 갖추고 있습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효율뿐이다. 가격이 작동해야 수요와 공급이 움직인다. 그래서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필요하다. 기술도 있고 법도 있다. 부족한 것은 결단과 용기다.”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