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서 위기 직전까지 갔던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공공병원으로 감당이 안 되자 정부는 사립병원에 행정명령을 내려서 병상을 확보했습니다. 민간의 병상을 공짜로 쓸 수는 없으니 보상도 했습니다. 그 돈이 자그마치 7조 8천억 원이 넘습니다.
그래서 공공병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1천명 당 병상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지만 공공병원 병상 비율은 턱없이 낮습니다. 공공병원이 부족하니 위기 대응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정적인 면에서 따져봐도 사립병원을 빌려쓸 비용으로 차라리 공공병원을 짓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나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공공의료 자체가 공론장에서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이 '필수의료' 담론입니다. 공공병원이든 사립병원이든 ‘수가’를 통해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필수의료 서비스 체계라도 잘 만들어 공공성을 확보한다면 나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뜻대로 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보입니다.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가진 표준이나 안전망도 없다면, 시장과의 협상에서 믿고 버틸 수 있는 자원이 없다면, 체계의 공공성은 대체 어떻게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고 반문합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그렇게 읍소해도 꼼짝하지 않던 사립병원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탄식합니다. "행정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높은 경제적 보상을 약속받을 때까지 꼼짝하지 않았던 시장의 권력을 국가는 벌써 잊은 것 같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그 시간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소셜 코리아>가 '연속 기획 - 이제는 보건의료 개혁이다'를 마련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코로나로 깨닫게 된 두 번째 교훈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중요한 사회이슈가 많아서 첫 번째와 두 번째 글의 텀이 길어진 점에 대해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