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물러가고 있습니다. WHO는 오는 4월 말 코로나19의 팬데믹 해제 여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들은 코로나19 백신을 독감 백신처럼 개인 부담으로 접종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와중에 모더나는 백신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합니다. 1회분 당 최고 16만 원(130달러)까지 인상할 계획이랍니다. 지난해 미 연방정부와 계약한 가격보다 5배나 높고, 초기 가격에 비하면 8.5배나 인상하는 셈입니다. 김선 시민건강연구소 국제연대연구센터장은 "엔데믹 시기에도 백신의 생산과 분배를 둘러싼 격전이 지속되리라는 점을 똑똑히 보여주는 소식"이라고 평가합니다.
코로나19 백신은 제약사들만의 노력으로 개발·생산된 게 아닙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모더나는 제약사가 아닌 바이오기업으로 분류될 만큼 의약품 생산·판매 실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모더나는 미 국립보건원(NIH)과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모든 단계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았습니다.
화이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이자 백신은 애초 독일 기업 바이오앤테크가 개발했는데, 바이오앤테크는 백신 개발과 생산을 위해 독일 정부로부터 막대한 재정을 지원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제약사도 백신 개발 비용 중 정부 지원금의 비중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습니다. 간접 자료로 추정할 뿐입니다. 미국 정부가 모더나의 백신 개발과 생산에 지원한 금액은 최고 60억 달러(약 8조 원)로 추산되고,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않았다”며 시치미를 떼는 화이자가 주장하는 자체 투자비용은 20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한국 정부도 코로나19 초기부터 민간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선구매까지 해준 SK바이오 백신의 가격이 얼마인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지원한 질병관리청은 셀트리온과 공동으로 특허권을 갖게 됐지만, 치료제 가격 결정 기전을 투명하게 공개하지도 않고, 후발 생산자들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특허권을 공유하지도 않았습니다.
김 센터장은 이렇게 탄식합니다.
"정부가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도 그 결과 발생하는 이익은 온전히 제약산업의 수중에 돌아간다면 정부는 배임을 하거나, 적어도 직무태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