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문제를 알리기 위해 97일간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한 김형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이 지난달 19일 한화오션 본사 앞 철탑에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서울 명동에서는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 씨가, 경북 구미에서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박정혜 씨가 각각 복직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장기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기농성은 극한의 신체적·정신적 고립과 위험을 동반합니다. 노동건강연대 등 보건의료단체는 정부에 긴급 의견서를 전달했으나 아직 반응이 없습니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는 호소합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노동자일수록 더 많이 아프고, 치료비 부담도 큽니다. 산재보험의 적용이 제한적이고, 근골격계 질환 등은 산재로 인정받기 조차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일하다가 아프거나 다치는 일이 점점 개인의 책임, 즉 자기관리의 영역으로 여겨지면서 노동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복지에 기댈 수 없는 소규모 사업장, 시간제 일자리를 전전하는 사람들, 사업장 개념 자체가 부재한 프리랜서들은 전통적인 임노동 고용을 전제로 한 산재보험과 산업안전보건체계에서 벗어나 있다...아픈 노동자를 게으르고 도덕적으로 해이한 사람으로 상정해 설계한 제도 속에서 사회안전망의 성긴 그물은 정작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들을 놓친다. 이로 인해 소득 불평등은 건강 불평등으로 번진다"(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