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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는 투자·임대용이고 아파트는 실거주용이라는 통념, 실제론 데이터가 정반대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박인석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명예교수는 인구총조사 통계를 바탕으로 이 통념을 하나씩 반박했습니다. 주택 수를 기준으로 계산한 자가거주율은 아파트 65.9%, 비아파트 73.7%로 오히려 비아파트가 높습니다. 서울에서도 두 유형의 자가거주율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매매거래율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에서는 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거래율이 거의 매년 아파트를 웃돕니다. 비아파트는 환금성이 낮다는 말도 사실이 아닌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오해가 통념으로 굳어졌을까요. 박 교수는 지난 50년간 이어진 아파트단지 중심 주택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습니다. 생활인프라가 부족하던 시절, 녹지와 주차장을 갖춘 아파트단지는 중산층의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반면 단독주택 중심 주거지역은 방치됐고,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들어서며 중하위 계층의 공간으로 굳어졌습니다. 박 교수는 주택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 대부분이 중상위 아파트단지 계층에 속하다 보니, 비아파트 시장의 실제 역동성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오해를 걷어내면 다른 풍경이 보입니다. 비아파트 시장은 아파트 못지않게 내집마련 수요를 떠안고 있는 역동적인 시장입니다. 박 교수는 이 시장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양극화한 주택시장을 바꾸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합니다. 다주택자 규제 논의도, 주택 공급 정책도, 잘못된 전제 위에서 시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파트단지와 빌라 외에는 선택이 어려운 양극화한 주택시장을 더 많은 선택지가 있는 시장으로 바꾸고, 다원화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선 비아파트 시장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본문에서)
전쟁이 뉴노멀이 된 세상에서, 방산주 폭등에 환호하는 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2024년 세계 100대 방산기업의 합산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록히드마틴 등 무기 공급업체 주가는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K-방산은 폴란드·루마니아·호주 등으로 빠르게 뻗어나가며 'KOREA 방산 ETF'가 해외 주식시장의 투자 아이템으로 소개될 정도입니다. 무기 산업은 본질적으로 공포와 불안을 먹고 유지됩니다. 세상이 안전해질수록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전쟁이 남기는 것은 죽음과 폐허만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120일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는 스웨덴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었습니다. GDP 대비 군사비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CO₂ 배출 집약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와 기후 대응에 써야 할 재정이 군사비로 잠식되는 구조 속에서, 전쟁의 확산은 기후위기를 동시에 가속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박정은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거창한 해법 대신 작은 선택들을 이야기합니다. 전쟁 범죄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환호성에 잠식되지 않게 하는 것, 우리의 투자가 살상 행위와 닿아 있지 않은지 경계하는 것, 폭력과 혼돈을 조장하는 정치를 선택하지 않는 것입니다. 전쟁이 수익이 되는 세계에서, 우리가 함께 헤엄치는 물의 수질을 지키는 일은 결국 이 작은 선택들에서 시작됩니다.
"전쟁이 재난인 동시에 수익 기회가 되는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본문에서)
주식 조정장이 찾아올 때마다 저가 매수 기회인지 손절 타이밍인지를 고민하지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상승장에서 몇 번의 성공은 실력의 증거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은 대부분 착각입니다. 워런 버핏이 헤지펀드를 상대로 10년 내기에서 이긴 것도, 복잡한 투자 전략이 아닌 단순한 인덱스펀드였습니다. 장기적으로 투자 성패를 가르는 것은 종목과 타이밍이 아니라 어떤 포트폴리오를 짜고 어떤 원칙을 지키느냐입니다.
같은 논리가 정부 정책에도 적용됩니다. 이 연구위원은 코스피 상승을 정책 목표로 삼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증연구에 따르면 주가가 상승해도 유의미한 소비진작 효과가 없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금투세 폐지처럼 자산가격 부양을 목표로 한 정책이 GDP를 늘리고 국민 후생을 높인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반면 기업 지배구조를 바로잡고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같은 제도 개선은 시장이 기업 가치를 더 정확히 반영하도록 만드는 정책입니다.
결국 투자자에게나 정책당국에게나 핵심은 같습니다. 착각과 유혹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주가를 올리는 정책보다 주가가 오를 만한 경제를 만드는 정책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 이 단순한 원칙이 개인 투자자와 정부 모두에게 필요한 답입니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이 종목과 타이밍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면, 정책당국에 중요한 것은 주가 부양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