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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있는데 복지국가의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가 이재명 정부에 던지는 불편한 질문입니다. 우 교수는 정부가 앞세우는 것은 성장·AI·산업전환이고, 복지·재분배·사회안전망은 늘 뒤로 밀린다고 지적합니다. 통계청 지표를 보면 소득 불평등은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고, 순자산 지니계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가진 계층과 어느 쪽도 갖지 못한 계층 사이의 격차는 재산의 양을 넘어 기회와 선택권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 교수는 기술 변화가 빠를수록 복지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사이먼 존슨가 책 「권력과 진보」를 통해 경고하듯, 기술 진보는 자동으로 모두의 번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이 일부에게는 기회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해고·소득 감소·노동의 불안정화를 뜻할 수 있습니다. 고용 유연화를 말하려면 그보다 먼저 안전망을 보여줘야 합니다. 직장을 잃는 순간 집세·대출·돌봄 부담이 한꺼번에 짓누르는 사회에서 유연화는 개혁이 아니라 공포일 뿐입니다.
우 교수가 요구하는 것은 복지를 국정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고용보험 확대, 상병수당 제도화, 돌봄의 국가책임 강화, 플랫폼 노동자 사회보험 편입 같은 청사진을 전면에 놓아야 합니다. 복지가 약한 사회에서 성장정책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성장의 약속만이 아니라, 그 성장 속에서 자신이 버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기 때문입니다.
"성장은 자동으로 공동번영이 되지 않는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은 결국 제도다." (본문에서)
복지 선진국 독일조차 복지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025년 출범한 독일 대연정 정부가 '사회국가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26개 권고안을 내놓은 이번 개혁이 한국에도 중요한 나침반이 된다고 말합니다. 핵심은 복지 삭감이 아니라 시스템의 현대화입니다. GDP의 31%를 사회지출에 쏟는 독일이 그 틀을 유지하면서 AI와 디지털 행정으로 더 빠르고 간편한 복지 접근을 실현하겠다는 것입니다. 수급 자격이 인정되면 신청 없이 자동 지급하는 '탈신청주의'도 그 일환입니다.
독일의 개혁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다섯 가지입니다. 비정규직 비율이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지만 고용보험은 여전히 정규직 중심인 고용 안전망의 문제, 독일 청년보장제와 비교되는 빈약한 청년 지원, 공적 복지가 오히려 안정적 계층에 집중되는 복지의 역설, 사회보장 분쟁을 처리하는 전문 사법 체계의 부재, 그리고 IT 강국임에도 복지 행정의 유기적 통합은 아직 갈 길이 먼 디지털 복지의 과제입니다.
이 교수는 독일의 개혁이 복지를 시혜적 지출이 아니라 시장 경제의 역동성을 지탱하는 사회적 투자로 재확인시켜 준다고 강조합니다. 한국도 소득 하위 40%를 겨냥한 공적이전을 대폭 확대하고, 데이터 통합과 AI 플랫폼을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합니다.
4년 만에 에너지 위기가 되돌아왔지만, 이번엔 과거와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촉발된 이번 위기가 '에너지 무기화'가 글로벌 갈등의 핵심 요인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합니다. 1973년 오일쇼크처럼 화석연료 공급 차단이 세계 경제를 흔드는 구조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석유보다 더 나은 대안이 눈앞에 있습니다. 태양광·전기차처럼 더 싸고 더 지역적이며 신속하게 대규모 도입이 가능한 재생에너지가 이미 현실적 선택지가 된 것입니다.
다만 재생에너지도 무기화의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태양광 제조의 80% 이상, 배터리 가치사슬의 85%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재생에너지 수입국에게 중국 의존은 또 다른 급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란 전쟁 이후 60여 개국이 쏟아낸 185개 대응책 중 상당수가 에너지 전환을 포함했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았던 스페인과 중국이 이번 위기에서 가장 적은 충격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역할이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김 소장은 태양전지·풍력터빈·배터리·전기차·히트펌프 등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 제조 역량을 두루 보유한 국가는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거의 독보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중국의 재생에너지 무기화를 우려하는 유럽과 미국이 공급 다각화를 요구하는 지금, 한국의 녹색 제조는 에너지 안보와 수출 경쟁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에너지 위기를 전환의 계기로 삼을 뿐 아니라 녹색 제조 부활의 계기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