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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한국에 경고를 날렸다는 보수언론의 보도, 실제 보고서를 읽어보면 상당히 과장된 해석입니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IMF 재정 모니터 보고서를 분석해 한국의 재정 상황을 짚습니다.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비율은 2031년 63.1%로 상승하지만, 선진국 평균은 같은 시기 114.8%로 한국의 두 배에 달합니다. 순부채비율은 GDP 대비 약 10%로 선진국 평균 80%에 비해 크게 낮습니다. IMF가 2025년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직접 밝힌 평가는 "한국의 정부부채는 지속가능한 수준이며 상당한 재정여력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장기 재정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65년 약 47%로 일본보다 늙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연금·건강보험 등 의무지출 급증으로 이어집니다. 이 교수는 부채비율은 경제성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생산적 재정지출이 결국 부채비율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IMF 스스로도 긴축보다 재정확장 지지로 입장을 선회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교수가 진짜 논쟁이 필요한 곳은 따로 있다고 강조합니다. 나랏빚을 걱정하는 보수파는 긴축만 이야기할 뿐 증세는 외면합니다. 현 정부도 법인세 인상으로 윤석열 정부의 감세를 일부 되돌렸지만 소득세·종부세는 건드리지 않았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재정을 위해 증세 논의를 더 이상 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결론입니다.
"책임 있는 누군가는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재정을 위해 증세 이야기를 꺼내야 하지 않을까." (본문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한 논쟁이 한창인 지금, 5년째 소년부 재판을 맡아온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는 비행청소년 문제의 근본 원인은 환경이라고 말합니다. 소년재판에 오는 아이들 대부분은 가정의 방임과 방치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좋은 어른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비행청소년으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자란 환경이 아이들을 비행의 길로 내몰았을 뿐입니다.
류 판사는 4년째 걷기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1 멘토-멘티를 연결해 좋은 어른과 함께 걷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참여한 멘토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소년범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왔는데 막상 함께 걸어 보니 일반 아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말입니다. 2024년에는 경남 청소년회복지원시설 아이들과 시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그 결실이 청소년 시집 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책과 거리가 멀던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이 불리고, 자신이 쓴 시를 낭독하며 얼굴이 환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류 판사는 손쉽게 연령만 내리는 선택이 오늘의 소년범을 내일의 성인범으로 마주하는 미래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분리와 배제보다 곁을 내어주고 귀 기울여주는 기회가 먼저입니다.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들더라도,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걸어주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
"함께 걸어주는 기회가 많이 있다면, 오늘의 비행청소년이 미래에는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어엿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온 지 7년이 지났지만, 한국 여성들은 여전히 의학적·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이자 예방의학 전문의는 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임신중지 약물이 한국에서 여전히 구할 수 없고, 진료표준도 건강보험 수가도 마련되지 않은 현실을 지적합니다. 임신중지를 합법화하면 건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습니다.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가 갖춰진 곳일수록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임신과 임신중지율이 낮게 나타납니다. 루마니아의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임신중지를 전면 금지했을 때 모성사망비가 8배 가까이 치솟았고, 합법화되자 단 1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국회는 7년째 침묵하고 있을까요. 김 운영위원장은 외부 압력보다 국회의원 스스로의 종교적 신념이 문제일 수 있다는 합당한 의심에 이르렀다고 말합니다. 22대 국회의원 중 개신교·천주교 신자 비중은 각각 29%와 27%로 일반 시민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런데 임신중지 반대가 기독교의 오랜 전통도, 성경의 명시적 금지도 아니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1970년대 미국 복음주의자들이 만들어낸 정치적 의제가 뒤늦게 수입된 것에 불과합니다.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국회는 입법기구입니다. 김 운영위원장은 어렵다는 의사 증원도 검찰개혁도 해낸 국회가 모자보건법 하나를 7년째 방치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임신중지 약물은 이미 세계 100여 개국에서 허가됐고, 고소득 국가에서는 임신중지의 절반 이상이 내과적 방법으로 이루어집니다. 절박한 여성들이 음성적 서비스에 몸을 맡기거나 시기를 놓쳐 처벌받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보다는, 시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입법기구로서의 공적 책임을 우선시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