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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역대급 초과세수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합산 영업이익이 2026년 최대 43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을 바탕으로, 추가 법인세만 70조~100조 원 규모의 초과세수가 생길 가능성을 분석합니다. 그런데 현행 국가재정법은 이 돈을 채무상환이나 추경 재원으로만 쓰도록 묶어두고 있습니다. AI와 반도체가 만들어낸 역사적 재정 여력을 단순히 부채비율 낮추는 데 소진한다면, 한국은 시대적 기회를 회계 처리로 날려버리는 셈입니다.
우 교수는 이번 기회를 1997년 외환위기 이후와 비교합니다. 당시 경제는 빠르게 회복됐지만 과실은 고르게 배분되지 않았고,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확대는 지금의 불평등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외환위기가 '결핍의 충격'이었다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초과의 충격'입니다. 분배의 통로가 없다는 점에서는 같은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초과세수가 일부 기업과 주주에게만 집중되고 채무상환으로만 사라진다면, 10년 뒤 "그때 잘했어야 했다"는 말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우 교수가 제안하는 해법은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초과세수의 일부를 중장기 기금으로 적립하고, AI 인프라·직업전환 훈련·청년 자산형성·돌봄 같은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제도적 채널을 만드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눠주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원칙으로, 어떤 성과를 목표로 쓸 것인가입니다. 반도체 사이클이 만든 재정 여력은 일회성 행운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계약을 설계할 기회입니다.
"성장의 과실이 제때 나눠지지 않으면 그 비용은 한 세대 뒤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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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이 전국에서 시작됐지만,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당시와 비슷한 우려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새롬 인제대 의대 교수는 당시 보건소가 장기요양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국 서비스 공급은 민간이, 등급 판정은 건강보험공단이 맡으면서 보건소는 장기요양과 별 상관없는 기관이 됐다고 짚습니다. 통합돌봄 로드맵에는 보건소의 역할이 적지 않게 명시돼 있지만, 예산은 지역필수의료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접근 방식입니다. 김 교수는 현재 통합돌봄이 이미 문제가 발생한 고위험군에 자원을 투입하는 '하류 접근'에 머문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영국은 '사회적 처방'을 통해 경제적 박탈과 사회적 고립으로 건강을 해친 사람들에게 동네 합창단이나 공동체 텃밭을 처방합니다. 주민과 지역사회 자원을 이어주는 링크워커가 의료·복지·지역자원을 한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엮는 구조입니다. 돌봄이 필요해진 뒤가 아니라, 돌봄이 덜 필요하도록 지역사회 조건을 바꾸는 '상류 접근'입니다.
문제는 이런 역할을 맡을 역량을 갖춘 주체가 한국에 없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중앙정부의 충분한 재정과 제도적 기반, 지자체의 인프라 구축, 보건소의 적극적 역할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아직 의료가 필요하지 않은 노인과 장애인의 건강한 일상을 지키는 보건 사업이 확대돼야 하고, 농어촌 의료취약지에 일차의료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도 말합니다.
"20년 만에 돌아온 숙제를 이번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면, 우리는 통합돌봄의 안착이 아니라 <70세 사망법안, 가결>의 세계를 부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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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미국은 '석유 국가', 중국은 '전기 국가'가 됐습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두 나라가 에너지 지정학의 양극단을 대변하는 지금, 민주주의 국가들이 기후 대응에서 권위주의 국가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80% 이상을 공급하고, 자국 자동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며,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충격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습니다. 반면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은 선거 주기에 얽매여 장기적 녹색 전환과 충돌하고, 수익성을 쫓는 시장은 당장 이익을 내기 어려운 녹색 투자를 외면합니다.
그렇다고 민주주의가 기후 대응에 본질적으로 불리하다는 결론은 아닙니다. 김 소장은 문제의 핵심이 민주주의 자체가 아니라 극도의 불평등과 정치 양극화로 무너진 안정적 민주정치 기반, 그리고 과도한 시장 의존으로 위축된 국가의 역할이라고 짚습니다. 1945년 이후 황금기를 구가하던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안정된 중산층을 기반으로 장기적 공공투자를 수행했던 것처럼, 불평등을 줄이고 국가가 강력한 녹색산업 정책을 펼친다면 민주주의가 오히려 더 뛰어난 기후 대응 역량을 보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의 역할이 주목됩니다. 중국을 제외하면 강력한 녹색 제조 기반을 보유한 거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가 한국입니다.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가 분열된 지금, 한국이 전략적 전망을 세우고 에너지 전환의 성과를 쌓아간다면 국내 녹색산업 기회는 물론 새로운 국제 기후 연대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불평등을 줄여 정치적 안정화를 도모하는 한편, 국가가 강력하고 비전 있는 녹색산업 정책을 펼쳐 적극적으로 시장 창출에 나선다면 민주주의 국가가 기후 대응에 더 뛰어난 역량을 보일 수 있다."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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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노광표((재)공공상생연대기금 이사장)
편집인(편집위원장) 전용호(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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