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코리아>는 (재)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웹사이트와 오마이뉴스, 슬로우뉴스, 디지털 시민광장 빠띠 및 포털 등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소셜 코리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6월 3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예고된 구조적 실패입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디도스 마비, 소쿠리 투표, 투표용지 부족으로 이어진 반복적 사고의 뿌리가 같다고 지적합니다. 전국 3천5백여 읍·면·동 선관위에는 상근 직원이 단 한 명도 없고, 구·시·군 선관위는 예닐곱 명이 수십 개 투표소와 수백 명의 임시 인력을 하루에 지휘해야 합니다. 가느다란 상근 조직 위에 선거 때마다 거대한 임시 조직을 얹어 굴리는 방식 자체의 한계가 드러난 것입니다.
서 대표는 이 구조의 기원을 1963년 박정희 군사정권이 만든 헌법에서 찾습니다. 제2공화국 헌법은 중앙선관위만 헌법기관으로 뒀지만, 제3공화국 헌법은 '각급 선관위'를 헌법기관으로 격상시키고 선거운동을 그 관리 아래 두었습니다. 정치인과 시민의 정치활동을 상시 통제할 기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가 유신헌법을 거쳐 1987년 민주헌법까지 이어졌습니다. 민주화 이후 40여 년간 어떤 기관의 감시도 받지 않고 섬처럼 운영된 결과가 지금의 현실감각 부재입니다.
서 대표의 해법은 명확합니다. 선관위는 위원회 구조로 두되, 투표 관리 실무는 지방행정조직의 책임 아래 두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OECD 국가가 이미 이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과 함께 헌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책임자 몇 사람의 사퇴로 매듭지을 일이 아닙니다.
"이번 기회에 민주주의 대한민국에 필요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유한 기능이 무엇인지, 진지한 공론화를 진행해 보자." (본문에서)
지역 소멸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이 아니라 자본이 의도적으로 빚어낸 구조의 결과입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500대 기업 본사의 7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현실이 집적 효과가 아니라 기획·R&D·재무 같은 '구상 기능'은 수도권에, 단순 조립과 제조 같은 '실행 기능'은 지방에 배치하는 착취적 분업 구조의 산물이라고 진단합니다. 수도권은 물리적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도 지방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흡수하고, 비수도권은 환경 오염과 산업재해의 위험만 떠안는 하청 기지로 전락했습니다.
그 결과가 청년 엑소더스입니다. 울산·창원·포항·여수·거제 등 5대 산업도시에서 지난 10년간 24만 명이 넘게 유출됐고, 이 중 80%가 청년 세대였습니다. 1인당 지역내 총생산이 전국 최고인 울산조차 청년실업률이 9.7%에 달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리적 위치가 곧 계급이 되는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고향을 등져야 하는 구조적 약자로 전락했습니다.
양 교수는 해법으로 자본의 거점 자체를 옮기는 '지역본사제'와 노동시간 단축의 결합을 제안합니다. 전북 익산 본사를 둔 하림, 창원으로 본사를 이전한 뒤 영업이익이 7배 급등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가능성을 증명합니다. 장시간 노동에 찌든 수도권과 대비되는 여유롭고 생태적인 지역의 삶이라는 새로운 매력을 만들 때 비로소 청년들의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습니다.
"자본의 수도권 독식을 방치하는 한, 지방의 KTX 역사는 청년들이 빠져나가는 '고속 탈출로'에 불과하다." (본문에서)
해열제, 감기약, 인슐린 제제까지 필수의약품 부족 사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은 최근 6년간 국가필수의약품 공급 부족 보고 건수가 147건에 달한다는 사실을 짚으며, 이 문제가 단순한 시장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관리 실패라고 지적합니다. 타이레놀 공급 불안정 소식이 퍼지던 시기에 국내 130여 개 제약사가 같은 성분 제품을 330종 이상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공급자 난립과 수급 불안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기형적 상황입니다.
문제의 구조는 국제적으로 공통됩니다. 제네릭 의약품 시장에서는 치열한 가격 경쟁 끝에 소수 공급자에게 생산이 집중되고, 그 중 하나라도 품질 관리나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전국적 수급 불안정으로 이어집니다. 다른 소비재와 달리 의약품은 규제 때문에 생산설비를 빠르게 늘리기 어렵고, 가격을 올려 수요를 줄이는 것도 문명사회가 수용할 수 없는 대안입니다. 가장 시장주의적 의료체계를 가진 미국에서도 분기당 300건 이상의 의약품 부족이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민간 제약사를 보조하는 서포터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국조차 비영리 제약사를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필수의약품 안정 공급은 보건안보의 문제이자 기본의료를 뒷받침하는 조건입니다. 시장이 있으니 국가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시장 맹신에서 벗어나, 국가가 전략적 컨트롤타워이자 공급자로 나서야 합니다.
"정부는 민간 제약사들의 결정을 그저 따르고 지원하는 서포터 역할에서 벗어나, 전략적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 필수의약품 공급자로서의 역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