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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이태백, N포세대를 지나 이제 청년은 '전업자녀'로 불립니다. 변금선 서울연구원 인구변화대응연구센터장은 이 이름들의 변화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매번 새로운 사회구조적 위험을 담아왔다고 말합니다. 15~29세 청년 고용률은 2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고, 졸업 후 첫 취업까지 평균 11.3개월이 걸립니다. '쉬었음' 청년은 2003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문제는 취업을 누가 더 오래 준비할 수 있는지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자원이 충분한 청년은 좋은 일자리를 탐색하지만, 그렇지 못한 청년은 저임금 일자리로 더 빠르게 밀려납니다.
AI는 이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줄어든 청년 일자리 21만 1천 개 중 20만 8천 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감소했습니다. AI가 모두의 일자리를 똑같이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경력 초기 청년의 일자리부터 대체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중상층 가정의 청년조차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부모의 지원도 더 이상 버팀목이 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변 센터장은 청년정책의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구직활동을 조건으로 한 단기 현금지원을 넘어 보편적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고령화·기후위기·디지털 전환 같은 사회적 과제 해결에 청년이 기여할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AI 전환 과정에서 초과이익을 얻는 기업이 사회초년생을 위한 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책임도 필요합니다.
"AI와의 경쟁에서 설 자리를 빼앗기고 노동시장 바깥으로 밀려나는 청년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본문에서)
내란을 획책한 전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지방선거 이후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장석준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은 이것이 민주당의 실패가 한국 사회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선거 이후 민주당 내부는 패인 분석보다 친명과 친문의 내전이 더 뜨겁습니다. 어떤 정책이 문제였는지, 앞으로 어떤 정치를 펼쳐야 하는지에 대한 냉철한 토론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장 기획위원은 이 현상의 뿌리를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중심제와 소선거구제의 결합에서 찾습니다. 이 제도 조합에서는 양대 정당의 정치 독점 외에 다른 결과가 나오기 힘들고, 민주당은 이 지형에 철저히 적응한 '선거기계'입니다. 선거기계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계층과 함께하려 하지만, 막상 정책은 서울 한강변 아파트를 정점으로 한 부동산시장의 주요 행위자들, 즉 상위 중간계급의 이익에 맞춰집니다. 당 내 친명·친문 내전이 치열해도 실제 정책 결정과는 별 상관이 없는 이유입니다.
장 기획위원의 진단은 더 근본적입니다. 매번 선거로 승자를 정하는 정치는 있지만, 사회의 갈등을 드러내고 잠정적 합의를 형성하는 정치는 없습니다. 갈등은 출구를 찾지 못해 꼬여가고, 불만은 쌓이지만 그 불만을 표출할 정치 자체가 문제의 원흉입니다. 역사는 이런 일상이 언젠가 폭발한다고 말합니다. 민주당은 지금의 거대 선거기계 모습 그대로는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변화의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폭발의 순간이 다가오기 전에 어떻게든 이 낡은 질서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본문에서)
올해 한국의 명목 GDP 성장률이 1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반도체, 특히 HBM 수출가격 급등이 GDP 디플레이터를 끌어올리면서 재정 호황이 이례적인 수준으로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올해 본예산 국세수입 390조 원에 최소 50조 원이 더 들어올 것으로 보이고, 내년 국세수입은 500조 원을 가뿐히 넘길 전망입니다. 경제전문가 눈에 양호한 수준이라면, 재정전문가 눈에는 '초울트라 하이퍼' 호시절입니다.
문제는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입니다. 올해 기획재정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뉘면서 재경부는 국부펀드를, 기획처는 미래대응기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기획처 쪽이 더 설득력 있다고 말합니다. 비싼 이자를 내며 국채를 100조 원 넘게 발행하면서 펀드 수익률을 기대하는 구조는 직관적으로도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아일랜드는 폭증한 법인세수를 미래펀드에 넣었다가 운용 인프라 부족으로 저수익 자산에 돈을 묶어둔 전례도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이 제안하는 방향은 두 가지입니다. 에너지 효율화 같은 미래 인프라 투자로 부가가치를 만들고,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근로장려세제를 더 두껍게 해 K자형 성장의 소득 격차를 완화하는 것입니다. 남는 돈은 국회 심의와 정보공개가 따르는 기금 형태로 운영해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돈을 굴리는 기술이 아니라, 돈을 제대로 쓰는 재정의 기술이다." (본문에서)